좋은 편집자란 무엇인가

문턱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문을 열어 주는 사람에 대하여

솔직히 말하면 우리 편집부는 전통적인 출판의 문법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 권위에 대한 반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수백 편의 원고를 다듬으며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편집은 글을 걸러 내는 일이 아니라 글이 제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문지기에서 안내자로

오랫동안 편집자는 문지기였습니다. 어떤 글이 지면에 실릴 자격이 있는지를 결정하는 사람이었고, 그 결정의 기준은 대체로 이미 지면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의 취향이었습니다. 그 결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비슷한 글이 반복해서 실렸습니다.

좋은 편집자는 기준을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기준을 설명하는 사람입니다. 왜 이 문단이 약한지, 어떤 증거가 더 필요한지, 독자가 어디서 길을 잃을지를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설명할 수 없는 기준은 취향에 불과합니다.

편집자의 빨간 펜은 지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길을 표시하기 위해 있다.

편집부 회의록에서

피드백에는 시간이 든다

건설적인 피드백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작가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좋네요” 혹은 “별로네요”로 끝낼 수 없습니다. 원고의 가장 좋은 문장을 먼저 찾아 주고, 그 문장의 힘을 글 전체로 넓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 원고에서 가장 좋은 문장을 먼저 짚어 준다
  • 고칠 곳은 이유와 함께 세 군데 이내로 고른다
  • 작가의 말투를 편집자의 말투로 바꾸지 않는다
  • 마감과 다음 단계를 분명히 약속한다

누가 출판되는가

결국 편집의 질문은 “이 글이 좋은가”가 아니라 “이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가”입니다. 지면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 지면을 누구에게 내어 줄지는 편집자가 매일 내리는 선택입니다. 우리는 그 선택이 조금 더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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